한명숙 사건 재심 '고검장 카드' 꺼낸 조남관

입력 2021-03-18 17:37   수정 2021-03-19 03:00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한명숙 모해위증 사건’과 관련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고 19일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열기로 했다. 다만 고검장들까지 참여시키는 ‘확대회의’다. 장관 지시대로 재심의를 하는 동시에 ‘친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대검 부장들에게만 판단을 맡겨두진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장관도 이를 받아들였다. 수사지휘를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의 정면충돌은 일단 피한 모양새지만, 부장회의 결과에 따라 갈등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남관 “부장회의는 공정성 부족”
조 직무대행은 18일 “대검은 공정성을 담보하고,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미흡하다는 장관님의 수사지휘서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전날 박 장관은 대검이 최근 ‘한명숙 사건’ 관련자들을 무혐의 결정하는 과정에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며 재심의를 지시했다.

박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관련자의 기소 여부 등을 재검토하고,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허정수 감찰3과장,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의 의견을 들어달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한명숙 사건’이란 2011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수사팀이 증인인 재소자들에게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내용의 법정 위증을 강요했다는 의혹이다.

조 직무대행은 박 장관 지시를 모두 수용하는 동시에 ‘고검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대검 부장들만의 회의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부족하다는 검찰 내외부의 우려가 있다”며 “검찰 내 집단지성을 대표하는 일선 고검장들을 참여하도록 해 공정성을 제고하고 심의의 완숙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대검 예규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사안에 따라 고검장이나 지검장, 대검 사무국장 등을 대검 부장회의에 참석시킬 수 있다. 박 장관은 이날 대구지검 상주지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조 직무대행과 통화했다”며 “고검장들을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그럼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적인 것은 감찰부장과 임 연구관의 의견을 경청해 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檢 “박 장관, 정치인이냐 공무원이냐”
대검 부장은 총 7명으로, 대다수가 친정부 성향으로 평가된다. 한동수 감찰부장을 비롯해 이종근 형사부장, 이정현 공공수사부장,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 등은 지난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사태 때 앞장섰던 인물이다. 반면 6명의 일선 고검장은 지난해 윤 전 총장에 대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에 반발하는 성명을 냈고, 지난 8일엔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 입법 시도에 사실상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대검 부장회의에선 의견이 일치되지 않을 경우 출석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조 직무대행에게 최종 결정권이 있지만 의결된 결론을 따를 수밖에 없다.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와도 후폭풍은 불가피하다. 법정 위증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재소자 김모씨에 대해 불기소 의견이 나오면 박 장관이 무리하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는 비판이 일 수밖에 없다. 기소 의견이 나올 경우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을 부각하며 여권의 ‘검찰개혁’ 공세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위증 혐의로 기소된다면 공범 관계인 한명숙 사건 수사팀 관계자들의 모해위증교사 혐의 공소시효도 자동으로 중단돼 이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

검찰 내부에선 박 장관의 수사지휘를 성토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신헌섭 서울남부지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에 “정치인으로 수사지휘를 한 것인지, 국가공무원 입장에서 지휘를 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썼다. 천재인 수원지검 검사는 “대검 의사결정 과정의 생중계를 요청한다”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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